무슨 수학의 정석마냥,
이론을 배우고 공식을 외우면
보드란 보드가 다 이해되고 명확한 전략이 떠오를 것이라고 생각해왔음
알다시피 보드와 액션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에, 이를 해석하는 일종의 절대적인 판별 방법이 있다고 착각함
가령,
플랍에서 완벽한 플레이를 하지 못하면
턴에서도 제대로 된 플레이를 할 수 없다
그래서 플랍을 완벽하게 플레이 할 수 있어야 한다.
그래서 쓸데없는 디테일까지 엄청 신경쓰면서
아 존나 어렵다
포커 존나 어렵네
이러면서 매번 포기했음
근데 사실 이렇게 공부하면 한도 끝도 없고
평생 플랍만 공부해도 모지랄거같았음
생각해보니까 어차피 플랍에서 오가는 돈 보다
턴이랑 리버가 훨씬 크잖아
더 큰 빵꾸가 뒤에 한참 있는데
쪼그마한 빵꾸 메꾸겠다고 아둥바둥 거리고 있는 게 느껴지더라
그래서 그냥 불안하더라도
턴으로 진도를 뺐음
그러니까 우선순위가 확 바뀌더라
더하기 빼기 초고수가 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
곱하기 나누기도 할 줄 알고
어렴풋하게나마 이차방정식도 풀줄 알고
미적분도 공식이라도 알고
이런식으로
전체를 얕게라도 아는게 훨씬 중요하더라
그럼 풀 수라도 있잖아
그렇게 생각하니까 전략이 확 바뀜
기존에는
프리플랍 병신짓 안하기 > 프리플랍 사람처럼 하기 > 프리플랍 제대로 하기 > 프리플랍 마스터하기 >
플랍 마스터 > 턴 마스터 > 리버 마스터
이런 목표를 세웠다면
지금은
프리플랍 개병신 짓 방지 > 플랍 병신짓 안하기 > 턴 병신짓 안하기 > 리버 병신짓 안하기 > 이후에 한 단계 레벨업으로
프리플랍 사람같이 하기 > 플랍 사람 같이 하기 > 턴 사람같이 하기 > 리버 사람같이 하기 > 또 한 단계 업
이게 오히려 같은 시간과 자원으로 더 효율적인 공부라는 걸 깨달음
이해하기도 기억하기도 어려운 디테일한 전략을 완벽하게 알고 내것으로 만들겠다는 욕심을 버리고
한 번 보고 듣는 것만으로도 큰 실수를 막아주거나, 내 것이 될 수 있는 것들에 우선 집중하고 있음
모든 걸 반드시 이해해야한다는 태도에서 존나 스트레스 받으면서 배우다 포기하고 배우다 포기하고 그러다가
'지금은 이 수준까진 몰라도 된다. 한 바퀴 돌아서 다시 보면 더 쉽게 이해될거다' 이렇게 마음 먹으니까 마음이 한결 가벼움
그렇게 공부하니까 마음도 가볍고
나중에 이 부분은 다시 보면 되니까, 하면서
진도 쭉쭉 나가게 됨
홀덤 친지 5개월이 다돼가는데,
최근에야 리버 기본 전략까지 한 번 다 봄
나같은 실수를 하고 있는 사람이 있을까봐
한번 적어봄
2024.02.27 21:07:03
정성글 비비추 드립니다.
2024.02.27 21:36:11
처음 시작하고 상어책 이해하려고 엄청 노력했던게 기억나네
지금 생각하면 시간낭비였음
2024.02.27 22:23:21
듣고보니 맞는고겉아.. 나도그렇게해봐여지
2024.02.28 08:54:02
좋은 생각이네
2024.05.10 05:12:52
완벽주의 성향이 강하신지..?